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제목부터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개인의 푸념이나 탈출 욕망을 다룬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 주는 구조적 압박과 그로 인한 피로감, 자기 상실감에 대해 직시합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에게 이 영화는 자극적이기보다는 공감과 해방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떠나도 된다”는 것이며, 이는 기존 세대와는 다른 시선으로 삶을 설계하려는 Z세대의 특징과도 깊이 연결됩니다. 이 글에서는 Z세대의 감정선, 이민이라는 선택지의 현실성, 그리고 현실도피 논란까지 세 가지 관점에서 영화를 분석해보겠습니다.
Z세대의 공감 코드: 무력감과 자아 찾기
영화 속 주인공 계나는 평범한 20대 여성입니다. 남들처럼 스펙을 쌓고 대기업을 준비하고 연애도 해보지만, 그녀의 일상은 무기력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계나는 결국 “한국이 싫다”는 생각을 품고 해외로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이 결정은 단지 홧김에 내린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피로감과 자괴감, 그리고 ‘내 삶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감정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특히 Z세대는 이와 같은 감정에 쉽게 공감합니다. 이들은 학업, 취업, 인간관계에서 끊임없이 비교되고 평가받는 구조 속에 놓여 있으며, ‘성공’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난 삶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깊은 갈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나의 선택은 비정상이 아닌 또 다른 정답으로 보이며, Z세대는 그녀의 고백에서 자신을 투영합니다. “한국이 싫다”는 말은 한 사람의 개인적인 불만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사는 수많은 청춘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솔직한 감정의 표현입니다.
이민이라는 선택: 도피가 아닌 전환
영화는 단순히 ‘한국을 떠난다’는 행위 자체보다, 그 선택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전환에 집중합니다. 프랑스로 떠난 계나는 언어도 문화도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그곳에서도 이상적인 삶이 펼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방인으로서의 고립감, 경제적 어려움, 정체성 혼란 등 또 다른 시련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어려움조차도 ‘자신의 의지로 맞닥뜨린 것’이라는 점에서 계나의 성장 서사로 작용하게 만듭니다. 해외로 나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 선택을 통해 ‘나다움’을 회복해가는 모습은 관객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영화는 이민을 도피가 아닌 ‘삶의 재설계’로 표현하며, 스스로를 구하려는 인간의 용기와 진심을 담아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 유학이나 취업, 워킹홀리데이 등을 고민하는 현실에서, 이 영화는 그런 선택들이 결코 가벼운 회피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현실도피인가? 자기 삶을 위한 결단인가?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자칫하면 ‘현실도피 영화’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나의 이민은 단순한 도망이 아닙니다. 그녀는 ‘한국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직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서 이민을 선택합니다. 이 점에서 그녀의 행동은 회피가 아니라, 더 이상 견디지 않기로 한 ‘결단’입니다. 한국 사회는 종종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습니다. ‘버티면 언젠가는 나아진다’는 말이 통용되지만, 그 언젠가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Z세대는 깨닫고 있습니다. 그들은 버티는 대신, 나아가거나 바꾸려는 쪽을 택합니다. 계나의 떠남은 그 변화를 위한 시도이며,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솔직해지는 과정입니다. 현실의 문제를 피해 도망친다는 평가는 그녀의 여정을 축소하는 것이며, 오히려 그 결단에는 진심과 용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용기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이라는 국가나 문화를 비난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입니다. 특히 지금 이 시대의 20~30대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떤 선택 앞에서 갈등하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떠나는 삶’이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 때로는 그것이 ‘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지금의 삶이 불편하고 힘들다면, 도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내보는 것도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